아만다 몬텔의 『워드 슬럿』은 언어가 단순한 의사소통 도구가 아니라 권력과 정체성을 반영하는 강력한 수단임을 밝힌다. 특히 성차별적 표현, 여성의 언어 사용 방식, 사회적 권력 구조 속에서 언어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심층적으로 탐구한다. 이 책은 단순한 언어학 서적이 아니라, 언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우리가 쓰는 단어 하나하나가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깨닫게 해 준다. 여성 혐오적 표현들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용인되었는지, 반대로 여성의 말하기 방식이 왜 과장되거나 과소평가되는지를 살펴보면서, 언어의 변화가 곧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이 글에서는 『워드 슬럿』이 다루는 주요 개념들을 살펴보고, 우리가 언어를 바라보는 방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1. 언어는 단순한 말이 아니다: 말속에 담긴 권력 구조
언어는 단순한 말하기의 수단이 아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와 표현에는 오랜 사회적 맥락과 권력 구조가 숨어 있다. 아만다 몬텔은 『워드 슬럿』에서 이러한 언어적 구조가 여성과 남성을 어떻게 다르게 대우하는지를 분석한다. 예를 들어, 여성들이 흔히 사용하는 언어적 특징 중 하나로 꼽히는 ‘발음 높이기’, ‘끝을 올리는 억양’ 등의 말투는 때때로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소로 여겨진다. 반면, 같은 말투가 남성에게서 나오면 친근하거나 부드러운 이미지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이는 단순한 언어 습관이 아니라, 사회가 성별에 따라 기대하는 말하기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영어에서 ‘bossy(거만한)’라는 단어는 주로 여성에게 사용되지만, 같은 태도를 보이는 남성에게는 ‘리더십이 있다’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단어 선택 자체가 성차별적 시각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여장부’라는 단어는 능력 있는 여성을 가리키지만, 여전히 남성적인 특성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반면, 남성을 가리키는 ‘남장부’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특정한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태도와 행동이 성별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만다 몬텔은 이러한 언어적 편향이 여성들의 목소리를 약화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단순히 말하기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이러한 언어 습관이 여성의 의견을 가볍게 여기게 만들고, 나아가 여성의 사회적 입지를 좁히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따라서 언어를 바꾼다는 것은 단순한 말투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적 인식 자체를 바꾸는 과정이 된다.
2. ‘여성스러운’ 말하기 방식은 왜 평가절하될까?
우리는 흔히 여성들이 사용하는 특정한 언어적 특징을 ‘비전문적’이거나 ‘유치하다’고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엄청’, ‘진짜’, ‘완전’ 같은 강조어를 자주 사용하거나, 문장 끝을 높이는 말투는 ‘가벼운’ 인상을 준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이러한 말하기 방식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 속에서 형성된 것이다. 아만다 몬텔은 여성들이 사용하는 언어적 특징이 낮은 신뢰도를 유발한다는 편견이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같은 내용을 남성과 여성이 발표할 때, 여성 발표자의 목소리가 더 높고 억양이 부드러우면 신뢰도가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반대로 남성 발표자의 경우에는 부드러운 어조가 ‘배려심 있는 리더십’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말하기 방식에 다른 잣대를 적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여성들은 흔히 말끝을 흐리거나 질문형으로 끝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이거 괜찮지 않아?”와 같은 표현이 대표적이다. 이는 결단력이 부족한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일환일 수도 있다. 여성들은 대화에서 협력적 태도를 중요하게 여기며,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런 말하기 방식이 사회적으로 약점으로 간주되면서, 여성들은 ‘덜 자신감 있는 사람’으로 평가받는 경우가 많다. 아만다 몬텔은 이런 현상을 단순한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구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여성들이 이러한 말하기 방식을 유지하는 이유는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태도와 행동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언어적 편견을 인식하고, 여성의 말하기 방식이 무조건 ‘덜 전문적’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3. 언어는 변할 수 있다: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가는 움직임
아만다 몬텔은 언어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가 현재 당연하게 사용하는 단어들도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거나 다른 의미로 쓰였다. 예를 들어, ‘Ms.’라는 호칭은 20세기 중반까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성들이 결혼 여부와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는 호칭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지면서 새로운 단어가 만들어졌다. 이처럼 언어는 사회적 변화에 따라 새롭게 만들어지거나 의미가 바뀔 수 있다. 최근에는 성중립적 표현을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영어권에서는 ‘they’를 단수형으로 사용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으며, 프랑스에서는 ‘iel’이라는 성중립 대명사가 사전에 등재되기도 했다. 한국어에서도 ‘그녀’ 대신 ‘그 사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등 변화의 움직임이 있다. 아만다 몬텔은 언어의 변화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언어가 변화함으로써 사회가 더 포용적이고 평등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기존의 언어적 편견을 인식하고, 더 나은 소통 방식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단어 하나를 바꾸는 것이 작은 변화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이 모여 결국 사회 전체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결론: 우리가 쓰는 말이 세상을 바꾼다
아만다 몬텔의 『워드 슬럿』은 언어가 단순한 말하기 방식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와 깊이 연결된 요소임을 보여준다.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단어 하나에도 성차별적 시각이 담겨 있을 수 있으며, 특정한 말하기 방식이 과소평가되는 이유 역시 사회적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언어는 변할 수 있으며, 우리가 어떤 단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세상의 인식도 바뀔 수 있다. 이제는 우리가 쓰는 말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고, 더 평등하고 포용적인 언어를 만들어나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