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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트라우마를 ‘과거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베셀 반 데어 코르크의 몸은 기억한다는 트라우마가 단순히 과거에 머무르지 않으며, 우리의 몸과 뇌에 깊이 새겨진다고 말한다. 그는 정신과 의사로서 오랜 연구 끝에, 트라우마가 우리 신경계와 신체 반응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설명하며,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우리 몸 자체가 트라우마를 저장하고 반복하는 것임을 밝힌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트라우마를 어떻게 이해하고 치유할 수 있을까? 이번 글에서는 몸은 기억한다가 제시하는 트라우마의 본질, 몸과 마음의 연결, 그리고 회복을 위한 방법을 깊이 탐구해 보겠다.
1. 몸에 새겨진 트라우마: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반복되는 생리적 반응
우리는 흔히 트라우마를 ‘나쁜 기억’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베셀 반 데어 코르크는 트라우마가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우리 몸에 각인된 반응 패턴이라고 말한다.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들은 사건이 끝난 후에도 마치 여전히 그 순간에 있는 것처럼 반응한다. 이는 단순한 심리적 문제가 아니라, 뇌와 신경계가 트라우마를 학습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폭력을 경험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는 어른이 되어 더 이상 폭력적인 환경에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큰 소리로 말하면 본능적으로 움츠러들고 심장이 빨리 뛴다. 이는 단순한 심리적 반응이 아니라, 그의 신경계가 여전히 ‘위험’을 감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라우마는 마치 몸에 저장된 프로그램처럼, 특정한 상황에서 자동적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반응은 뇌의 **편도체(Amygdala)**와 **해마(Hippocampus)**의 변화로 설명된다. 편도체는 위험을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 트라우마를 겪으면 편도체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작은 자극에도 강한 공포 반응을 보인다. 해마는 기억을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트라우마는 해마의 기능을 방해하여, 시간이 지나도 기억이 흐려지지 않고 생생하게 남는다. 이 때문에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은 마치 그 사건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느끼며, 감정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강하게 반응한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이러한 반응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라우마가 몸에 각인되었다면, 반대로 몸을 통해 치유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몸을 활용해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을까?
2. 몸과 마음의 연결: 왜 전통적인 치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가
트라우마 치료에서 흔히 사용되는 방법은 상담과 대화 치료다. 물론 이러한 접근법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베셀 반 데어 코르크는 언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트라우마는 주로 본능적, 신체적 반응으로 저장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강한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에게 “그건 과거의 일이야, 이제 안전해”라고 말한다고 해서 그가 바로 안심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그의 몸은 여전히 위협을 감지하고 있으며, 무의식적으로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즉,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몸이 안전하다고 느끼도록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저자는 여러 가지 신체적 접근법을 제시한다. 호흡 조절: 깊고 규칙적인 호흡은 신경계를 안정시키고, 과도한 스트레스를 완화한다. 요가와 명상: 몸과 마음을 연결하여 신경계를 조절하고, 현재에 집중하도록 돕는다. EMDR(안구 운동 둔감화 및 재처리 요법): 특정한 안구 운동을 통해 트라우마 기억을 재구성하는 치료법으로, 트라우마 환자들에게 효과적이다. 이러한 신체 기반 치료법은 단순한 심리적 접근법과는 달리, 몸의 반응 자체를 변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 트라우마가 몸에 각인되었다면, 치유 또한 몸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핵심 메시지다. 이제, 우리는 트라우마가 몸에 새겨진다는 것과, 이를 치유하기 위해 몸과 마음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실제 회복의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3. 치유의 과정: 다시 삶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다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과정은 단순히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트라우마를 새로운 방식으로 이해하고, 더 이상 그것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베셀 반 데어 코르크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을 다시 주체적인 존재로 인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트라우마를 경험하면 우리는 삶의 통제권을 잃었다고 느낀다. 폭력, 학대, 사고 등 어떤 사건이든, 그것이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치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시 내 몸과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저자는 다음과 같은 접근법을 추천한다. 몸의 감각을 인식하기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몸에서 벗어나려 한다. 감각을 차단하고,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 하며, 자신을 마치 외부인처럼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치유를 위해서는 오히려 몸의 감각을 다시 인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요가, 명상, 마사지 같은 활동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안전한 관계 맺기 트라우마는 종종 인간관계를 단절시키지만, 치유의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다시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과의 유대감은 신경계를 안정시키고, 감정적 안전감을 제공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다시 써 내려가기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것은 단순히 과거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 기억을 새롭게 해석하는 것이다. 트라우마를 경험한 자신을 ‘희생자’로만 여기지 않고, 그것을 넘어선 ‘생존자’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트라우마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지울 수 없는 흔적이지만, 그것이 우리 삶을 완전히 지배하도록 내버려 둘 필요는 없다. 우리는 몸과 마음을 다시 연결하고, 안전한 관계를 통해, 삶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다. 결론: 트라우마를 넘어, 새로운 삶으로 베셀 반 데어 코르크의 몸은 기억한다는 트라우마를 단순한 정신적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함께 경험하는 총체적인 반응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트라우마는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몸이 반복적으로 재현하는 생리적 반응이다. 치유를 위해서는 몸과 마음을 함께 다루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은 다시 삶의 주체로 서는 과정이다. 우리는 상처를 입었지만, 회복할 수 있다. 몸이 기억하는 고통을 이해하고, 다시 삶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 나갈 때, 우리는 진정한 자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