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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책사진

     

    엘레나 페란테의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는 "나폴리 4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두 여성의 우정과 인생을 집요하게 탐색하는 소설이다. 주인공 레누와 리라는 어린 시절부터 끊임없이 경쟁하고 협력하며 서로를 밀어내고 다시 끌어당기는 관계를 형성한다. 특히 이 마지막 권에서는 두 여인의 삶이 성숙한 단계에 접어들며, 우정과 갈등, 모성, 사회적 계급 문제 등이 더욱 심도 깊게 다뤄진다. 본 글에서는 이 작품의 핵심 주제인 ‘여성 우정의 이중성’, ‘모성의 의미’, 그리고 ‘상실과 기억’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분석해보고자 한다.

     

    1. 여성 우정의 이중성 – 경쟁과 연대 사이에서

     

    엘레나 페란테의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는 여성 간 우정의 복합성이다. 특히 레누와 리라의 관계는 단순한 친밀한 우정을 넘어서 경쟁과 질투, 의존과 연대가 얽힌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로 그려진다. 두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서로에게 강한 영향을 주고받았으며, 한쪽이 앞서나가면 다른 쪽도 무언가를 이루어내려는 충동을 느낀다. 하지만 이러한 경쟁심은 단순한 질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서로를 동기부여하는 힘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리라는 학업을 뛰어나게 수행했지만, 가정의 경제적 상황 때문에 조기 교육을 마치지 못한다. 반면 레누는 대학을 졸업하고 작가로 성공하며 지적인 성취를 이루어낸다. 그러나 레누는 언제나 리라를 의식하고, 리라의 삶을 끊임없이 관찰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려 한다. 리라 또한 레누를 통해 자신의 가능성과 한계를 가늠한다. 이처럼 두 사람은 서로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며, 때때로 깊은 애정과 신뢰를 느끼면서도 동시에 상대를 질투하는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이러한 관계는 여성 우정의 이중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문학에서 여성 우정은 흔히 무조건적인 지지와 희생의 관계로 묘사되곤 하지만, 페란테는 보다 현실적인 측면을 조명한다. 실제로 여성 간의 관계는 때때로 경쟁이 되기도 하고, 상호 의존적이면서도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에서는 이러한 감정들이 날것 그대로 드러나며, 리얼리즘 소설의 진수를 보여준다. 결국, 두 여성은 서로를 통해 성장하고 변화하지만, 완벽하게 이해하거나 화해하지는 않는다. 이 점에서 페란테는 인간관계의 복잡성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하며,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관계들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2. 모성의 의미 – 엄마가 된다는 것의 무게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에서는 모성이 중요한 서사적 요소로 등장한다. 레누와 리라는 각각 엄마가 되면서, 자신이 경험했던 어린 시절과 부모의 영향을 되새기게 된다. 특히 리라는 어린 시절 겪었던 폭력과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자신의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더욱 강인한 인물이 된다. 하지만 동시에, 모성이 여성에게 부여하는 역할과 책임감이 얼마나 무거운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레누는 모성이라는 역할 속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 그녀는 작가로서의 경력을 유지하려 하지만, 사회적으로 부여된 ‘어머니’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전통적인 가치관이 강한 이탈리아 사회에서는 여성에게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강요하는 경향이 강하다. 레누는 작가로서 자아를 실현하고자 하지만, 동시에 가정과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을 내려놓을 수 없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자주 죄책감을 느끼고, 자신이 충분한 엄마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반면 리라는 더 현실적이고 본능적인 방식으로 아이를 대한다. 그녀는 강한 생존 본능을 가지고 있으며, 때로는 가혹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 또한 자신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삶이 점점 무너지는 것을 경험한다. 특히 이야기의 후반부에서 리라의 딸이 실종되는 사건은 그녀의 삶을 완전히 뒤흔든다. 아이를 잃은 엄마로서의 절망감과 죄책감, 그리고 상실의 감정은 그녀를 극한으로 몰아넣으며, 소설의 비극성을 더욱 강화한다. 페란테는 이처럼 여성의 삶에서 모성이 갖는 의미를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한다. 사회가 여성에게 기대하는 모성의 모습과, 현실적으로 여성이 느끼는 부담감 사이의 괴리는 깊다.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는 이러한 모순과 갈등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여성의 삶이 단순히 모성으로 환원될 수 없음을 강조한다.

     

    3. 상실과 기억 – 잃어버린 것들과 남겨진 이야기들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의 가장 강렬한 모티프 중 하나는 ‘상실’이다. 이 작품은 단순히 한 아이의 실종을 넘어, 개인의 정체성과 기억, 그리고 관계의 상실을 다룬다. 리라는 딸을 잃은 후 점점 더 현실과 멀어지며, 그녀의 존재 자체가 희미해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그녀가 점점 지워져 가는 듯한 인상을 받으며, ‘존재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 한편, 레누 역시 리라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던 인물이었기에, 리라의 상실은 그녀에게도 깊은 영향을 미친다. 그녀는 리라를 이해하고 싶어 하지만, 결국 리라의 삶과 선택을 완전히 알 수는 없다. 이는 인간관계의 본질적인 한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 삶에서 어떤 존재들은 영원히 이해할 수 없는 상태로 남아 있음을 시사한다. 소설의 결말에서 레누는 리라의 흔적을 찾아 나서지만, 결국 그녀를 완전히 찾지는 못한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실종이 아니라, 우리가 기억 속에서조차 어떤 이들을 완전히 붙잡을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점에서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는 단순한 성장 서사가 아니라,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결론

    엘레나 페란테의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는 여성 우정의 복잡성, 모성의 무게, 그리고 상실의 의미를 치밀하게 탐구하는 작품이다. 레누와 리라의 관계를 통해 독자들은 인간관계의 미묘한 감정들을 체험하며, 삶에서 무엇을 붙잡고 무엇을 놓아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이 작품은 단순한 소설을 넘어, 독자들에게 깊은 감정적 울림을 주는 하나의 거대한 경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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