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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스토리』: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 인간과 자연, 남길 이야기

by iamloaded1000 2025. 3. 12.

『오버스토리』 책사진

 

리처드 파워스의 *《오버스토리》*는 단순한 환경소설이 아니다. 이 작품은 인간과 자연, 특히 나무의 관계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돌아보게 만드는 서사적 철학서이자 생태 문학의 걸작이다. *《오버스토리》*는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아홉 명의 등장인물들이 나무를 통해 연결되며, 그들이 어떻게 자연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숲과 나무가 사실은 수백 년의 시간을 살아오며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존재임을 깨닫는 순간, 인간의 삶과 자연의 경계는 희미해진다. 이 글에서는 *《오버스토리》*가 전하는 자연의 메시지, 인간이 자연과 맺고 있는 관계의 본질, 그리고 우리가 궁극적으로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탐구해 본다.

 

1. 나무는 우리보다 오래 살아왔다: 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

 

우리는 나무를 볼 때 단순한 배경으로 인식하기 쉽다. 공원에 있는 가로수, 집 앞의 정원수, 도로 옆의 나무들은 단순한 장식물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버스토리》*는 나무가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 인간보다 오래 살아왔으며,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생명체임을 보여준다. 소설 속에는 나무와 깊은 관계를 맺은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닉 후멜은 어릴 적 아버지가 심은 밤나무를 통해 나무가 단순한 존재가 아님을 깨닫는다. 또 다른 인물인 미미 마는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보리수나무의 전설을 통해 나무가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인간의 역사와 문화를 함께해 온 존재임을 배운다. 과학적으로도 나무는 단순한 식물이 아니다. 숲 속의 나무들은 땅속에서 뿌리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영양분과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른바 ‘우드 와이드 웹(Wood Wide Web)’이라 불리는 이 네트워크를 통해 나무들은 병충해가 오면 미리 신호를 보내고, 영양분이 부족한 나무에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자연의 네트워크는 인간 사회와도 닮아 있다.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서로 소통하며 정보를 교환하지만, 나무들은 이미 수백만 년 전부터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소통해 왔다. 인간이 만든 네트워크는 겨우 수십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나무의 네트워크는 수천 년, 어쩌면 수백만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종종 자연을 인간보다 열등한 존재로 간주하지만, 사실 자연은 인간보다 훨씬 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더 복잡하고 정교한 시스템 속에서 살아간다. *《오버스토리》*는 이러한 자연의 지혜를 통해 인간이 과연 진정한 ‘지성’을 가진 존재인지 되묻게 만든다.

 

2. 인간과 자연, 공존할 것인가 파괴할 것인가

 

우리는 자연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실상은 자연을 끊임없이 파괴해 왔다. 숲을 밀어버리고 도시를 만들고, 나무를 베어내고 도로를 건설하며, 인간의 필요에 따라 자연을 이용해 왔다. 하지만 자연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은 그 자체로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며, 인간이 없더라도 충분히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 *《오버스토리》*는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 한때 자연을 보호하려 했던 인물들이 결국 사회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기도 하고, 숲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이들도 등장한다. 특히, 올리비아 밴더그리프의 이야기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다. 그녀는 원래 평범한 대학생이었지만, 사고를 겪은 후 마치 자연의 목소리를 듣는 것처럼 변한다. 그녀는 나무가 살아 있는 존재임을 깨닫고, 벌목을 막기 위해 나무 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저항 운동을 펼친다. 그녀의 행동은 단순한 환경 보호 운동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맺어야 할 새로운 관계에 대한 선언과도 같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환경을 보호하려는 사람들은 종종 사회에서 소외당하거나 심지어 범죄자로 몰리기도 한다. 자연을 지키는 일이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인간의 문명은 경제적 이익과 편리를 위해 자연을 희생시키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종이 한 장, 플라스틱 한 조각이 어디서 왔는지를 깊이 생각해 본다면, 우리는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다시금 고민하게 된다. 결국 *《오버스토리》*는 인간과 자연이 대립할 것인가, 아니면 공존할 것인가라는 거대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자연을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함께 살아가야 할 동반자로 볼 것인가?

 

3.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남길 것인가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작가는 인간의 삶이 얼마나 짧고 순간적인 것인지를 보여준다. 나무는 수백 년을 살며, 때로는 천 년을 넘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은 기껏해야 80~100년을 살아간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 세상에 남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나무는 인간보다 오래 살아남지만, 결국 인간의 손에 의해 베어진다. 우리는 스스로를 문명화된 존재라고 여기지만, 정작 우리가 남긴 것은 자연의 파괴와 오염, 그리고 멸종된 수많은 생명체들이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소설은 단순히 인간의 자연 파괴를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는 여전히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나무는 수백 년 동안 천천히 성장하며, 마치 기다리듯이 그 자리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우리가 자연을 대하는 방식을 바꾼다면, 나무는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오버스토리》*는 결국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남길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우리는 자연을 파괴한 문명의 이야기만을 남길 것인가? 아니면 자연과 공존했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갈 것인가?

 

결론: 나무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리처드 파워스의 *《오버스토리》*는 단순히 환경 보호를 주장하는 소설이 아니다. 이 작품은 우리가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바꾸도록 요구한다. 우리는 자연을 지배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연의 일부로서 살아가는 존재다. 나무는 서두르지 않는다. 나무는 천천히 성장하며, 서로를 돕고, 세상을 지켜본다. 우리는 과연 나무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우리도 더 천천히, 더 깊이, 그리고 더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 결국, *《오버스토리》*는 우리에게 묻는다. 인간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남기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