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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로렌 그로프의 『아르카디아』는 1960~70년대 미국의 히피 공동체에서 태어나 자란 한 소년의 시선을 통해, 이상과 현실이 충돌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주인공 비트는 부모 세대가 꿈꾸던 유토피아 ‘아르카디아’에서 성장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곳이 완벽한 이상향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순수한 이상이 어떻게 타락하는지, 인간 사회가 얼마나 복잡한지, 그리고 우리가 진정으로 돌아갈 곳은 어디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은, 한 편의 서정적인 성장 서사이자 현실을 날카롭게 조망하는 이야기이다.
1. 유토피아는 존재하는가? – 아르카디아, 꿈꾸던 세계의 탄생과 균열
1960년대 말, 전 세계는 격변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베트남 전쟁, 인권 운동, 페미니즘의 부상, 자본주의에 대한 반발… 이 모든 변화 속에서 일부 사람들은 기존 사회의 억압과 부조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바로 그런 이상을 품은 이들이 모여 만든 공동체가 ‘아르카디아’다. 로렌 그로프는 이 소설에서 ‘아르카디아’를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한 시대를 관통하는 상징으로 활용한다. 아르카디아는 공동 노동과 공유 경제를 기반으로 한 자급자족 공동체다. 돈이 필요 없고, 모든 것이 공유되며, 누구나 평등하다. 여기서 태어난 주인공 비트는 아르카디아가 세상의 전부라고 믿으며 자란다. 그는 부모 세대가 이룬 유토피아를 당연하게 여기지만, 점점 그 세계가 균열을 일으키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이상적인 공동체였던 아르카디아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무너져간다. 사람들이 나누어야 할 몫이 부족해지고, 노동의 분배는 불공정해지며, 권력 구조가 생겨난다. ‘모두가 평등하다’는 이상은 현실과 부딪히고, 결국 몇몇 지도자들이 더 많은 권력을 가지게 된다. 믿음이 깨지고, 갈등이 생겨난다. 공동체를 지탱하던 믿음이 조금씩 금이 가면서, 아르카디아는 더 이상 완전한 이상향이 아니게 된다. 이 지점에서 『아르카디아』는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유토피아는 가능할까?" 그리고 더 나아가 "인간 사회에서 완전한 평등은 실현될 수 있을까?" 로렌 그로프는 이 공동체를 통해,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 구조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준다. 결국, 유토피아는 존재할 수 있는가? 아니면, 그것은 영원히 손에 닿지 않는 꿈일 뿐인가?
2. 성장과 상실 – 비트가 본 세계의 두 얼굴
아르카디아에서 태어난 비트는 처음에는 이곳이 완벽한 세상이라고 믿는다.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뛰놀고, 어른들은 음악을 연주하며 서로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는 이 공동체의 정신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자라난다. 하지만 성장하면서 점차 이곳의 어두운 면을 보게 된다. 비트는 어른들의 세계가 단순하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부모 세대는 평등과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일부 사람들은 권력을 쥐고 있으며, 누군가는 더 많은 음식을 차지하고, 누군가는 더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가난과 질병이 닥치면 아무도 해결할 수 없고, 공동체의 규칙을 어기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그뿐만 아니라, 비트는 외부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공동체 밖에는 거대한 도시가 있고, 사람들이 돈을 벌며 살아간다. 그는 아르카디아가 완벽하지 않다면, 그렇다면 ‘진짜 세상’은 어떤 곳일까 궁금해진다. 하지만 바깥세상 역시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본주의의 냉혹함, 개인주의, 불평등… 세상은 아르카디아만큼이나 잔혹한 곳일 수도 있다. 비트는 성장하면서 중요한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나는 어디에 속해야 할까?" 그는 아르카디아에서 태어났지만, 그곳이 자신이 영원히 머물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바깥세상이 정답일까? 그는 과연 어디에서 진정한 안식을 찾을 수 있을까? 비트의 성장 과정은 단순한 성장 서사가 아니다. 그것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한 인간이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3. 우리는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가? – 잃어버린 낙원을 찾아서
비트가 성장하면서 아르카디아는 점점 무너져간다. 공동체의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고, 결국 아르카디아는 더 이상 유지되지 않는다. 공동체가 사라진 후, 그는 바깥세상에서 살아가지만, 늘 마음속에 아르카디아를 품고 있다. 로렌 그로프는 여기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가?" 비트에게 아르카디아는 단순한 장소가 아니다. 그것은 그가 사랑받으며 자란 곳이고, 가족이 있었던 곳이며, 그가 처음으로 꿈꾸고 희망을 가졌던 곳이다. 하지만 그것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린 시절에 가졌던 꿈과 희망이 사라지면, 우리는 어디에서 안식을 찾을 수 있을까? 비트는 아르카디아를 떠나면서도 그것을 완전히 잊지 못한다. 그는 계속해서 그곳을 그리워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곳임을 안다. 이것은 단순히 개인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아르카디아’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어린 시절의 집일 수도 있고, 가족과 함께했던 따뜻한 기억일 수도 있으며, 한때 꿈꿨던 이상적인 삶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우리는 그것을 잃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다시 찾으려 하지만, 결국 같은 형태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다면, 우리의 아르카디아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로렌 그로프는 이 소설을 통해 말한다. "아르카디아는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우리가 기억 속에서 간직하는 어떤 감정이다." 그리고 그것을 완전히 잃어버리지는 않는 한, 우리는 여전히 아르카디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결론
『아르카디아』는 단순한 공동체 이야기나 성장 서사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꿈꾸는 이상과, 현실 속에서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유토피아는 과연 실현될 수 있는가? 우리는 어린 시절의 꿈을 끝까지 간직할 수 있는가? 그리고 결국, 우리는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가? 로렌 그로프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 모두가 잃어버린 ‘아르카디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려낸다. 그리고 독자들은 책을 덮은 후에도 이 질문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