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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룸』 책사진

     

    엠마 도노휴의 『룸』은 한정된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극적인 인간 드라마를 그린다. 이 작품은 다섯 살 소년 잭과 그의 엄마가 11평 남짓한 작은 방, ‘룸(Room)’에 갇혀 살아가는 이야기다. 잭은 태어나서 한 번도 방 밖의 세계를 본 적이 없고, 룸이 곧 세상의 전부라 믿고 있다. 하지만 엄마는 다르다. 그녀는 본래 자유로운 삶을 살았고, 끔찍한 납치 사건으로 인해 이 공간에 감금되었다. 엄마는 아들을 위해 이 작은 공간을 하나의 우주로 만들지만, 동시에 탈출을 꿈꾼다. 이 작품은 단순한 감금 서사가 아니다. 작은 공간 안에서 만들어진 또 하나의 세계, 그 안에서 피어나는 모성애, 그리고 결국 자유를 되찾기 위한 치열한 투쟁을 다룬다. 본 글에서는 『룸』의 핵심 주제인 ‘공간의 의미’, ‘모성과 생존’, 그리고 ‘자유와 적응’이라는 세 가지 측면을 깊이 있게 탐구해보고자 한다.

     

    1. 공간의 의미 – 감옥인가, 세상인가?

     

    『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공간’이다. 이 작품의 무대가 되는 ‘룸’은 잭과 엄마가 갇혀 있는 작은 방이지만, 그 의미는 단순한 감금 시설을 넘어선다. 잭에게 룸은 세상의 전부다. 그는 이곳에서 태어났고, 이곳에서 모든 것을 배웠다. 침대, 싱크대, 옷장, 그리고 작은 창문 하나가 있는 이 공간은 잭에게는 완전한 세상이다. 그는 ‘룸’을 사랑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모든 것들에게 이름을 붙이며 애정을 갖는다. 그의 눈에는 룸이 안전한 공간이며, 그 너머의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엄마에게 룸은 감옥이다. 그녀는 열일곱 살 때 납치당해 이곳에 갇혔다. 그녀에게 룸은 잔혹한 현실이며, 그녀의 꿈과 자유를 빼앗아간 공간이다. 그녀는 잭을 위해 웃고, 놀이를 만들어주며, 책을 읽어주지만, 마음속에는 항상 탈출하고 싶은 갈망이 자리하고 있다. 그녀에게 룸은 단순한 물리적 감금이 아니라, 삶을 빼앗긴 장소다. 이 두 가지 시각의 차이는 독자들에게 ‘공간’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한정된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안락한 보금자리일 수도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감옥이 될 수도 있다. 이는 현실에서도 적용된다. 우리는 자신이 속한 환경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그것이 정말 자유로운 공간인지, 아니면 갇혀 있는 공간인지 스스로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잭은 점점 룸의 경계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는 엄마가 말하는 ‘바깥세상’이 무엇인지 궁금해하고, 룸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결국, 룸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인간의 인식과 경험이 만들어낸 심리적 세계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2. 모성과 생존 – 엄마는 어떻게 아이를 지키는가

     

    『룸』은 감금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지만, 그 핵심에는 강력한 모성이 자리하고 있다. 엄마는 잭이 태어난 순간부터 그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녀는 이 좁고 답답한 공간을 ‘집’으로 만들고, 아이가 두려움 없이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녀는 잭에게 책을 읽어주고, 놀이를 만들어주며, 철저한 일과를 만들어준다. 하지만 엄마의 역할은 단순히 아이를 키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녀는 생존을 위해 싸운다. 그녀는 납치범인 ‘닉’에게 순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잭을 지키기 위한 전략이다. 그녀는 자신이 절망에 빠져 무너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자신이 무너지면 잭도 무너진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엄마는 잭에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지 않는다. 대신, 그가 트라우마를 갖지 않도록 세상을 창조한다. 잭은 룸이 전부라고 믿으며 자랐고, 엄마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잭이 점점 더 호기심을 갖게 되고, 룸의 한계를 깨닫기 시작하면서 엄마는 고민에 빠진다. 이제는 아이에게 진실을 말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모성이란 단순히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위해 싸우는 것이다. 엄마는 잭이 살아남기 위해 룸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결국 위험을 감수하고 탈출을 시도한다. 이는 모성이 단순한 감정적 헌신이 아니라, 강인한 의지와 생존 본능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3. 자유와 적응 – 세상은 어떻게 다시 받아들여지는가?

     

    탈출 이후, 『룸』은 또 다른 중요한 주제를 탐구한다. 바로 ‘자유’와 ‘적응’이다. 잭과 엄마는 마침내 룸을 벗어나 세상으로 나온다. 그러나 진짜 어려움은 그 후에 찾아온다. 잭은 처음으로 넓은 세상을 마주하며 혼란을 겪는다. 그는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하고, 자동차와 건물, 개방된 하늘을 처음 본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두렵기만 하다. 룸 안에서의 규칙과 익숙한 환경이 사라지면서 그는 불안감을 느끼고,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다. 엄마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는 룸을 벗어나 자유를 얻었지만, 사회는 그녀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녀의 가족은 그녀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를 바라지만, 그녀는 7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감금되었던 사람이다. 사람들은 그녀가 다시 ‘정상적인 삶’을 살기를 바라지만, 그녀가 겪은 고통과 트라우마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룸』은 단순히 감금과 탈출의 이야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 작품은 우리가 ‘자유’라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복잡한 것인지 보여준다. 단순히 물리적으로 갇혀 있는 것이 감옥이 아니라, 우리가 사회적 기대에 의해 억압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잭과 엄마가 세상으로 나와서도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것은, 자유가 단순한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적응하고 배워야 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결론

    엠마 도노휴의 『룸』은 작은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거대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담은 작품이다. 룸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의 삶, 강인한 모성과 생존 본능, 그리고 탈출 후의 적응 과정은 우리가 공간과 자유를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이 작품은 단순한 감금 소설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이 어떤 환경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사랑과 용기로 생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깊이 있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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